퇴근하고 씻으려는데 '내일 오픈 때 이것 좀'이라는 메시지가 와요. 읽고 나면 답장을 해야 할 것 같고, 안 읽으면 계속 마음에 걸리죠. 몸은 집에 있는데 머리는 아직 일터에 있는 셈이에요.
이 고민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는 이름으로 나라에서도 논의되고 있어요. 다만 법이 생기기를 기다리기보다,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정리해 볼게요.
요즘 분위기는 어떨까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6년 10월에 발표한 직장인 1,000명 조사를 보면, '퇴근 후나 휴일에 업무 연락이 부담된다'는 응답은 52.2%였어요. 2년 전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어요.
눈에 띄는 점도 있어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묻는 질문에 '법보다는 사내 규칙 정도로 실행하자'는 답(46.6%)이 가장 많았어요. 일터 안에서 약속을 정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직원이라면: 알림부터 정리하기
메시지가 오는 걸 막기는 어려워도, 메시지가 내 저녁을 흔드는 건 줄일 수 있어요.
- 업무 단톡방만 알림 끄기: 메신저 대부분은 채팅방마다 알림을 따로 끌 수 있어요. 가족·친구 방은 그대로 두고 업무 방만 끄면 돼요.
- 휴대폰 방해금지(집중) 모드 예약: 퇴근 시간부터 다음 날 출근 전까지 자동으로 켜지게 해 두세요. 꼭 받아야 하는 사람(가족 등)은 예외로 둘 수 있어요.
- 확인하는 시간 정하기: '자기 전 한 번만 본다'처럼 확인 시간을 정해 두면 수시로 들여다보는 습관이 줄어요.
답장 원칙을 미리 정해 두기
그때그때 고민하면 지쳐요. 나만의 기준을 정해 두면 마음이 훨씬 편해요.
- 급한 일(안전 문제, 다음 날 영업에 바로 지장이 가는 일)인지, 내일 해도 되는 일인지부터 나눠요.
- 내일 해도 되는 일이면 다음 날 근무 시작 후에 답해요. 늦게 답해서 불편하다면 "내일 출근해서 바로 확인할게요" 한 줄이면 충분해요.
- 퇴근 후 연락이 자주 반복된다면, 감정이 상하기 전에 근무 시간에 차분히 이야기해 보세요. "급한 건 전화 주시고, 나머지는 다음 날 봐도 될까요?"처럼 대안을 함께 말하면 받아들이기 쉬워요.
참고로 법률 전문가들은 근무 시간 외에 업무 연락을 받고 실제로 일을 했다면 연장근로로 볼 수 있고, 지나치게 잦은 연락은 상황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요. 다만 사업장 규모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문제가 생겼다면 고용노동부 상담센터(국번 없이 1350)나 노무사에게 확인해 보세요.
사장님이라면: 가게 단톡방 규칙 만들기
사장님도 마감 뒤에 생각난 일을 잊기 전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죠. 그럴수록 규칙을 정해 두면 서로 편해져요.
- 연락 가능한 시간을 정해요. 예: "단톡방 업무 연락은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 급한 일의 기준을 적어요. 예: 화재·누수·사고, 당일 결근·대타처럼 바로 해결해야 하는 일만 전화로 연락해요.
- '답장 안 해도 된다'고 분명히 말해요. 시간 밖에 보낸 메시지는 다음 근무 때 확인하면 되고, 늦게 답했다고 불이익이 없다는 걸 공지에 적어 두세요.
- 공지방과 대화방을 나눠요. 스케줄·공지는 공지 전용 방에, 잡담은 따로 두면 알림이 확 줄어요.
- 생각난 건 메모했다가 아침에 보내요. 예약 전송 기능이 있는 메신저라면 활용해도 좋아요.
규칙은 직원들과 함께 정하고 단톡방 공지에 올려 두세요. 사장님이 먼저 지키는 모습이 가장 효과가 커요.
법은 어디까지 왔나요
고용노동부는 2026년 업무계획에서 퇴근 후 불필요한 업무 연락 없이 충분히 쉴 수 있게 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2026년 상반기부터 법제화하겠다고 밝혔어요. 2025년 12월 노사정이 함께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에서도 근무 시간 외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방향이 담겼고요.
다만 업종마다 사정이 달라 강제 규정 대신 기업의 자율적 이행을 지원하는 방식이 거론된다는 보도도 있었어요. 작성 시점에 확인한 자료로는 이 내용이 담긴 법이 시행 중이라는 소식을 찾지 못했어요.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 시기는 고용노동부 발표를 꼭 확인해 주세요.
마무리
퇴근 후 연락 문제는 누가 나빠서 생기는 일이라기보다, 기준이 없어서 생기는 일인 경우가 많아요. 직원은 알림과 답장 원칙을, 사장님은 단톡방 규칙을 하나씩만 정해도 저녁이 한결 조용해질 거예요.
심리·인간관계